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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후기] 나만 아는 거짓말책으로 공부하기 2025. 12. 14. 13:24
읽었던 청소년 문학 중 가장 어려운 책이었다. 책의 문장이나 내용 자체가 난해하기보단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거리가 무겁고, 쉽게 답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질문들은 국가적으로, 역사적으로도 사회가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하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책 내용은 독서 모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폭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나의 사적인 잘못이 예기치 않게 공개되었을 때 느끼게 되는 감정,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타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고 평가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긴장감과 불안이 엄습해온다. 영화 완벽한 타인을 보면서 느낀 감정과 흡사했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과거와 진실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드러나는 순간 관계와 시선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를 떠올리게 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다시 시작해보려는 사람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 사람을 판단할 자격이 우리에게 있긴 한걸까? 저자는 잘못을 뉘우치고 더 선하게 살고자 애쓰는 마음, 어쩌면 잘못을 저지르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그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짓밟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나도 해당 말에 공감하게 되었고 사회가 책임, 처벌, 회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어려워서 지피티의 도움을 받았다. 사형제도 찬반 논쟁, 범죄 이력을 가진 연예인들의 복귀 문제처럼 정답이 없고 반복해서 논쟁되는 주제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잘못, 특히 범죄는 종류와 성격이 다르고, 그 안에서도 경중이 나뉜다.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을 때 그 사람은 완전히 배제되어야 할까? 법적 처벌 이후에도 얼마나 책임을 더 져야 할까? 특히 공인의 경우, 법적 처벌과는 별개로 더 이상 어떤 역할도 맡을 수 없고, 과거가 끊임없이 호출되며, 미래는 봉인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보통의 우리는 피해자 입장에 서서 함께 분노하며 비판한다. 권선징악, 모두가 피해자 편이 되는 이것이 정의일까? 사회적으로 고립(매장)되고 더 이상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을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면 내가 했던 비판이 과연 정당하고 당당한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럼 그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했는데? 무얼 더 할 수 있었을까. 얼마나 답답하고 깜깜했을까? 내가 그런 입장이었다면? 내 주변 사람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잘못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 과거는 기록되어야 하고, 가해자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법의 판단 이후에도 책임을 다하고 반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행동이 끝없이 발목을 잡는다면 그것은 건강한 사회라고 말하기 어렵다. 피해자의 안전과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재범에 대한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 상태라면 최소한의 희망은 허용되는 사회가 더 밝은 사회같다. 지피티가 해준 좋은 문장을 적어본다. 사회가 성숙해질수록 분노보다 구조, 낙인보다 책임, 단죄보다 회복의 조건을 고민하게 된다. 또한 이건 가벼운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답을 쉽게 내리는 사회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책 제목이 '나만 아는 거짓말'이다. 모두 자신만 아는 비밀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에 대입해서 좀 더 깊이 고민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쉽게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을 끝까지 붙잡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참고문헌 : 나만 아는 거짓말 (김하연,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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