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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후기]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삶을 그려낸 불편한편의점
    책으로 공부하기 2023. 12. 20. 11:33

    오랜만에 소설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최근에 자기개발서나 직무 관련 서적만 읽다보니 감정이 메마르고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인기있었던 소설책을 찾아보니까 "불편한 편의점"이 있더라구요! 책 표지가 마치 웹툰을 연상케하고 친근하고 끌려서 읽게 되었습니다. 읽다가 가끔 코가 찡한 부분도 있고 자꾸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겨울에 읽기 더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뜻한 내용과 등장인물, 배경 등 스토리적 측면도 모두 좋았지만, 이 소설은 챕터마다 편의점과 연이 있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왜 이런 현재를 갖게 됐는지, 편의점과 어떤 인연이 있는지, 이들에게 편의점이란 어떤 장소인지를 설명해줍니다. 각자 다른 삶을 살고 다른 추억을 갖고 있지만, 다시 열심히 살아갈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곳이 편의점이라는 공간입니다. 이렇게 챕터별로 주인공이 달라지니 지루할 틈이 없었고, 몰입도도 높아졌으며 잠깐 쉬거나 끊어읽을 때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단편으로 엮은 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시리즈나 드라마보단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구요 ㅎㅎㅎ

     

    알코올중독 기억상실증 노숙자로 살다가 염사장님을 만나면서 술도 끊고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독고씨, 편의점 알바하면서 공무원 준비하는 취준생 시현, 회사에서 무시당하지만 그만두지는 못하는 참참참 쌍둥이 아빠 경만, 꿈은 있지만 돈은 없는 참치 작가 인경,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았지만 잘못된 가족을 위한 삶이었던 곽씨, 강아지보다 못한 남자 둘을 데리고 살았던 오선숙 아주머니 등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우리 삶 속 녹아있는 평범한 사람들. 내 이야기, 내 친구 이야기, 가족 이야기, 친척이야기...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코로나 시대"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저희의 일상과 다름없습니다. 가는 곳마다 QR코드를 찍고, 마스크를 쓰고,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고, 어제 확진자수로 만남의 이야기를 열던 시절. 힘들었지만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

     

    소설의 장소가 되는 곳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편의점"이었고, 더욱이 이곳은 청파동의 하나뿐인 물건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개수가 많지도 않은 장사안되는 불편한 편의점. 삐까뻔쩍 밝은 형광등으로 맞이하는 대기업 편의점이 아닌, 소소한 지방 편의점. 하지만 24시간 불이 켜있고 늘 우리곁에 있고 장사는 잘되지 않더라도 묵묵히 자기 할 일하는 그런 편의점입니다.

     

    "서울역"이라는 소설 속 또다른 주요 공간도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들락날락거리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모두 자신의 목적지를 가기 위한 장소로 생각하지 그곳에서 터전을 잡고 서울역 자체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역은 우리를 꿈꾸게 하고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공간입니다. 노숙자 아저씨를 받아준 곳도 서울역, 염사장님을 만난 곳도 서울역, 가족을 만나러 가기 위한 서울역, 내 잘못을 잊지 않기 위해 봉사활동을 떠나기 위한 서울역, 꿈을 향해 지방에서 온 인경의 도착도 서울역. 서울역은 모두가 꿈이나 목적을 위해 들리는 소중한 공간이지만 아무도 서울역 자체를 감사히 여기지 않습니다. 이 또한 편의점과 서울역은 닮아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가까이 있고 자주 이용하는 곳이지만 소중함을 느끼지는 못하는, 하지만 묵묵히 있어주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소설의 등장인물, 시대적 배경, 장소에 대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가 한 번 돌아보면 곁에 있는 것들입니다. 우리의 일상, 우리의 삶. 사람마다 힘들었던 각자의 스토리가 있으며 우리도 그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히 살아가고 각자의 역할을 꿋꿋히 해냅니다. 모두가 힘들지만, 서로에게 조금씩 좋은 영향을 끼치면서...

     

    외제차 끄는 그런 잘사는 사람이 나와서 자괴감이 들게 하는 것도 아니고, 범죄가 있는 등 자극적인 소설책이 아니라서 더욱 좋았고 마음이 따뜻해졌던 것 같습니다. 모두에겐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고 겉으로는 쎄보여도 알고보면 모두에게 마음속 이유가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너무 내 얘기같아서 불편했던 소설 불편한 편의점. 모두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열심히 산다. 나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 

     

    책 :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나무옆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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