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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후기] 다잉 아이책으로 공부하기 2026. 5. 24. 12:34
바텐더로 일하는 주인공 아메무라 신스케는 어느 날 밤, 괴한에게 기습을 당해 머리를 다치게 된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그는 '과거의 특정 기억 일부'를 잃어버리는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된다. 그가 잃어버린 기억은 바로 1년 전 자신이 일으킨 '교통사고'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 신스케가 운전하던 차에 치여 한 여성(미나오)이 처참하게 사망했고, 신스케를 습격했던 괴한은 다름 아닌 죽은 여성의 남편이었다. 남편은 신스케를 습격한 후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작 가해자인 자신은 아무런 기억도 없이 평온하게 일상으로 복귀했다는 사실에 신스케는 기묘한 부채감과 찝찝함을 느낀다.
주변 인물들의 행동도 어딘가 수상쩍은데, 사고 당시 동승했던 연인 에미는 무언가를 숨기는 듯하더니 흔적도 없이 실종되고, 그에게 합의금을 대신 내주었던 바의 단골손님과 사장 역시 사고의 진상을 파헤치려는 신스케를 극구 만류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신스케가 일하는 바에 '루리코'라는 의문의 여성이 나타나는데, 그녀는 1년 전 죽은 미나오와 소름 끼칠 정도로 똑같은 외모를 가졌으며, 사람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눈빛(Dying Eye)을 지니고 있었다. 루리코의 유혹에 이끌려 그녀에게 깊이 빠져들수록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고 목숨을 위협받는 공포 속에서 1년 전 그날 밤, 자신이 잃어버린 기억의 진짜 실체가 무엇인지 필사적으로 추적하게 된다.
이 소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오컬트적인 미스터리와 호러의 색채가 짙어 독자들 사이에서 평이 갈리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죄와 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시각적인 공포로 전달한 매우 신선한 작품이었다.
주인공 신스케는 뇌 손상으로 기억을 잃었지만, 그것은 어쩌면 잔인한 진실과 죄책감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인간의 가장 이기적인 방어기제가 아니었을까. 정작 피해자는 세상을 떠났는데 가해자는 기억을 지운 채 평온하게 일상을 살아간다는 설정 자체가 소름 돋는 현실 공포로 다가왔다.
또한 이 책에서 눈은 '과거의 진실'과 '지워지지 않는 죄책감'이 실체화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돈과 권력으로 진실을 은폐하고 법의 테두리를 빠져나간다 한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은 결국 영혼의 낙인처럼 남아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다는 '인과응보'의 진리를 이 기괴한 서사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책을 읽고 나니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은 작은 잘못조차 되돌아보게 된다. 어떠한 곳에서도, 내가 지은 죄와 거짓말이 누군가가 나를 낱낱이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경각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완벽하게 숨길 수 있는 비밀은 없으며, 지은 죄는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당연하지만 무서운 진실을, 이 서늘한 눈을 통해 다시금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
참고 문헌 : 다잉 아이 (히가시노 데이고, 도서출판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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