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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후기] 안녕이라 그랬어
    책으로 공부하기 2026. 5. 6. 00:35

    책을 읽게 되면서 작가도 알게 되고 작가들만의 스타일이나 문체 등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것 같아서 이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 된다. 특히 김애란 작가는 “일상을 이렇게까지 또렷하게 포착할 수 있나?”라는 생각에 글을 읽으면서 나를 반성하고 성찰하게 된다. 문장이 화려하거나 직접적이지 않고 감정이 과하게 드러나지도 않는데, 오히려 그 절제된 톤 때문에 읽고 나서 여운이 길게 남는다. 책 안녕이라 그랬어도 그렇다. 7편의 단편소설로 이뤄져 있으며 나라고 같다고 느낀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1. 홈파티

    연극배우 이연은 성공한 이들의 홈 파티에 초대받았다가 값비싼 찻잔을 깨뜨린다. 집주인이 보여주는 지나치게 침착하고 관대한 태도 이면에서 묘한 우월감과 보이지 않는 계급의 벽을 느낀다. 읽으면서 이연이 초대받아 이야기하고 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고 찻잔을 깨뜨리는 일련의 과정을 오대표는 연극처럼 즐겼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씁쓸했다. 또한 이연은 임원역을 맡기 위해 이들을 이해하고 따라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쉽게 행동이나 마음을 이해하고 따라할 수 없었고 다르다는 걸 느꼈으며, 그 자리의 대표들도 시설의 아이들을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2. 숲속 작은 집

    가난한 기억을 안고 자란 주인공 부부는 해외 여행지 숙소에서 미묘한 이질감을 느낀다. 물건들의 배열이 삐뚫게 되어 있어 불만을 말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메이드가 청소를 완벽히 하지 않는 이유가 '팁' 때문이라 지레짐작하며 돈으로 소통을 시도한다. 머무는 사람과 관리하는 사람 사이에 어쩔 수 없는 상하 관계가 형성되고, 감정에 따라 액수와 전달 방식이 달라지게 되면서 관계를 맺을 때 발생하는 오해와 한계를 씁쓸하게 보여준다.

     

    3. 좋은 이웃

    장애가 있는 시우의 방문 교사로 되며 자신이 도덕적이고 선한 이웃이라는 자부심을 가진다. 하지만 시우네가 아파트를 샀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경제적 박탈감과 마주한다. 위선과 자격지심이 얽힌 현대인의 위태로운 연대감을 날카롭게 묘사한다. 위층 젊은 부부에게 느끼는 묘한 질투심과 집을 사지 못했다는 박탈감, 마음을 다해 배려한다고 느낀 학생네 가족이 집을 사자 느끼는 허탈감, 오토바이 사고로 아들을 잃은 아주머니를 먼 곳에서 바라보는 무관심 등 여러 상황에서 느끼는 나는 좋은 이웃이 아니라는  자각에 마주하게 된다.

     

    4. 이물감

    이혼 후 직장에서도 밀려나며 무기력해진 기태는 전처 희주의 주변을 맴돈다. 말이 통하고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나이 듦과 도태 속에서 느끼는 씁쓸한 자격지심과 관계의 단절 속에서 그녀가 더욱 생각나게 된다. 희주 곁에 있는 여유롭고 부유해 보이는 남자를 보며 결코 이길 수 없는 계급적 한계를 체감한다. 그의 레스토랑에서 밥을 남기고 사용한 냅킨을 무쇠솥에 넣는 소심한 불안을 주고 우쭐해진다. 하지만 곧바로 식도에서 짐승의 내장 맛이 나는 덩어리가 역류하는 느낌을 다시 받는다. 자신의 한계에 대해 깨뜨리려 하지 않고 멀리서 희주나 그녀의 썸남을 지켜보며 감정앓이를 하고, 마음으로 좋아하진 않지만 육체적인 해소를 위해 다시 그녀에게 다시 연락하는 불만만 많고 수동적인 주인공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고 그 이물감은 본인이 만든 스트레스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5. 레몬케이크

    아픈 어머니를 간병하며 책방을 폐업한 딸은 삶의 고단함 속에서 시인의 북토크를 보며 위안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시인의 부고와 어머니의 병환은 삶을 다시 지독한 현실 속으로 밀어 넣게 된다. 무심한 세상 속에서 지키고 싶었던 찰나의 단맛(기억)과 버텨내야 하는 고단한 일상을 이야기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 주인공에게 하필 중요한 날이 엉망이 되면서 느끼는 무력함이 안쓰럽게 느껴졌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 안녕이라 그랬어

    주인공 에이미(은미)는 오랜 어머니 간병 후 사별하고, 화상으로 로버트라는 외국인 노인에게 영어 수업을 듣는다. 마지막 수업에서 두 사람은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각자의 상실에 대해 대화하며 서로의 상처를 털어놓으며 위로하고 공감을 한다. 잔액이 소진되어 대화는 끊기고 '안녕'이라는 인사로 평안을 빌어준다. 주인공은 일상과 교류가 끊기면서 무채색으로 살아가고 있었지만 오랜만에 하는 대화에서 설레임을 느끼고 살아감을 느끼는데 주변에 소외되거나 어둠을 가진 이웃에게 말 한마디 걸어보고 관심을 갖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 빗방울처럼

    내 집 마련에 대한 집착 때문에 남편을 잃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던 아내는 삶을 정리하려 결심한다. 마지막으로 집을 정돈하려 부른 외국인 도배사로부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라는 다정한 위로 한마디를 건네받는다. 세상을 등지려던 한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닌, 타인의 작고 무해한 온기였다. 전편 안녕이라 그랬어에서 느낀 주변 이웃에게 건내는 말한마디가 목숨을 살릴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돈이나 물질적인 것이 아닌 마음과 관심이 참 중요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잊고 살게 된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물질이 아닌 따뜻한 기억, 말한마디, 관심이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해진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이웃들과 친하게 지내고 서로 인사하며 놀러가고 그랬는데, 지금은 새로 이사온 집의 윗층 아저씨가 인사를 해도 불편하게 다가온다. 왜 이렇게 변했을까. 언제부터 우리 사회는 타인의 선의와 관심을 경계하고 불편해하게 되었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이물감을 느끼며 철저히 고립되어 가는 씁쓸한 현실 속에서, 김애란 작가는 우리에게 나직하게 속삭이는 듯하다. 차갑고 무심한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기댈 곳은 서로에게 건네는 "안녕"이라는 다정한 안부뿐이라고. 도란도란 나누던 어릴 적 이웃들의 온기가 그리워진다. 내일은 이웃을 마주치면 어색한 침묵 대신, 먼저 가벼운 눈인사라도 건네보아야겠다.

     

     

    참고문헌 : 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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