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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후기] 대통령의 글쓰기책으로 공부하기 2026. 4. 25. 15:44
나는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글쓰기보다 더 큰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었다. 대통령의 글쓰기 책은 단순한 글쓰기 기술서가 아니다. 강원국 연설비서관이 김대중, 노무현과 함께 일하며 느꼈던 ‘생각의 방식’을 정리한 책에 가깝다.
나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읽었지만, 이 책이 근 몇 년의 정치적 사건 이후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자체로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다소 씁쓸한 지점이기도 하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좋은 글의 기술’ 이전에, 두 대통령이 얼마나 깊이 사고하고 끊임없이 고민했던 사람들인가였다.
김대중은 복잡한 국제 정세와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며 설득하는 언어를 사용했던 인물이었다. 그의 글과 말에는 ‘왜 이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와 명분이 분명하게 담겨 있었다. 노무현은 조금 다른 방식이었다. 어려운 말을 쉽게 풀어내고, 국민과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하려 했다. 그의 언어는 때로는 투박했지만, 그만큼 솔직했고, 그래서 더 큰 울림을 주었다. 두 사람 모두 공통적으로 ‘생각을 끝까지 밀고 가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그럴듯한 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고민한 뒤에야 꺼내는 사람들이었다.
요즘 들어 더 크게 느끼는 것이 있다. 비판적이면서도 실속 있는 말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점이다. 그럴듯한 말은 어렵지 않다. 누군가의 말을 가져오거나, 단편적인 생각을 던지면 된다. 하지만 그 말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인지까지 생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좋은 말은 결국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 가능한 방법들을 비교하고, 그중에서 가장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을 고르는 과정 속에서 나온다. 책 속에서 연설과 토론의 준비 과정을 보며, 어릴 때는 미처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저 한 문장, 저 한 번의 발언 뒤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간, 그리고 책임감이 있었을지.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감사함과 동시에 그동안 쉽게 판단했던 스스로에 대한 미안함도 느껴졌다.
사람들의 평가를 보면 “국민이 따라가지 못한 대통령”, “시대를 앞서간 대통령”이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이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되었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좋은 리더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국민 역시 그만큼의 수준과 고민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다시 그런 리더가 나타났을 때 우리는 과연 알아볼 수 있을까?
또한 어른이 되어갈수록 더 분명해지는 사실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물며 국가를 이끄는 리더라면 더더욱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공정하게 판단하는 것 아닐까. 그 방향이 어떤 색을 띠고 있든, 일관된 기준과 책임을 가지고 결정하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올바른 리더’에 가깝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결국 다시 나에게 질문이 돌아왔다. 나는 좋은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인가? 나는 누군가에게 존중받을 만한 사람인가? 나만의 원칙은 무엇인가? 나는 사회의 문제에 대해 얼마나 고민해봤는가? 솔직히 말하면, 아직 많이 부족하다.
이 책은 참 신기하다.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 읽었는데, 결국 나 자신과 세상을 돌아보게 만든다. 좋은 글은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생각에서 나온다는 것을. 그리고 그 생각은 결국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부디, 더 나은 방향으로 고민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참고문헌 :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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