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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후기] 행복의 기원
    책으로 공부하기 2026. 6. 14. 13:23

    언니의 책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나는 철학적이고 좋아보이는 말들보다는 과학적인 것들에 더 매료된다. 책을 읽고 자청의 완벽한 원시인의 접근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여서 행복한 것이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이다.

     

    흔히 의욕이 생기면 운동을 하고, 행복해지면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동기부여 영상을 찾아보고, 마음을 다잡고, 충분히 의욕이 생기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동기의 문제를 뇌과학의 뇌의 성질과 신경전달물질의 역할을 통해 설명한다. 의욕이 생겨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먼저 몸을 움직이면 뇌가 그 행동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면서 도파민과 같은 신경물질이 분비되고, 그 결과 의욕과 행복감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접근이 꽤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중요하다고 소문난 이야기나 자기계발식 조언보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더 납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운동을 하기 전에는 귀찮고 하기 싫다가도 막상 시작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산책을 나가면 생각보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어쩌면 마음이 몸을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몸이 마음을 움직이는 경우도 훨씬 많을지 모른다.

     

    『행복의 기원』 역시 과학적 방식으로 행복을 바라본다. 대부분의 행복 관련 책들이 "삶의 목적은 뭘까? (정답은 행복)"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이야기한다면, 이 책은 "왜 인간은 행복해야 할까?, 왜 행복을 느껴야 하는가"라는 진화론적 질문에서 시작한다.

    저자에 따르면 행복은 삶의 고결한 목적이 아니다. 인간이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 진화 과정에서 정교하게 설계해 둔 "생존의 수단"일 뿐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려 애쓰는 것, 이성에게 잘 보이려 꾸미는 것, 체온이 떨어지면 몸을 떠는 것 모두가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몸부림이다. 우리 뇌는 마치 '금속 탐지기'처럼 작동한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향해 인간을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 뇌는 목표에 가까워졌을 때는 '쾌감(행복)'이라는 초록불을 켜고,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는 '고통'이라는 빨간불을 켠다. 우리가 신체적인 상처뿐만 아니라 애인이나 친구와 싸울 때 심리적 통증(실제로 뇌의 같은 부위가 활성화된다)을 느끼는 이유도, 집단으로부터의 소외가 원시 사회에서는 곧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결국 배가 부를 때 안정감을 느끼고 사람들과 어울릴 때 큰 쾌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덕분에, 인간은 사회성을 기르며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다.

     

    책에서는 행복을 설명하기 위해 동전탐지기 비유를 사용한다. 동전탐지기는 금속을 발견하면 신호를 울리고, 목표를 찾으면 다시 조용해진 채 다음 탐색을 시작한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 기쁨을 느끼지만, 그 기쁨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좋은 성적을 받았을 때, 승진을 했을 때, 원하는 물건을 샀을 때의 행복이 생각보다 빨리 사라지는 이유다. 뇌는 이미 다음 목표를 향해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조금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이것만 이루면 행복해질 텐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목표를 이루고도 행복이 오래가지 않는 것은 내가 부족하거나 감사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원래 인간의 뇌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서 나 역시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달라졌다. 이전에는 행복을 어떤 상태라고 생각했다. 좋은 직장을 얻고, 돈을 많이 벌고, 원하는 목표를 이루면 도달하게 되는 곳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행복이 도착지가 아니라 움직이게 만드는 연료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행복을 느끼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의 관점이 행복의 전부를 설명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간은 단순히 생존과 번식만을 위해 사는 존재라고 보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예술을 만들고, 의미를 추구하고,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타인을 돕는다. 이 또한 생존과 번식 때문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상당 부분이 진화와 생존의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을 위한 수단이다.
    •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다.
    • 행복은 기쁨의 강도보다 빈도에 가깝다.
    •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보다 내가 세상을 어떻게 경험하는가가 중요하다.
    • 내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많이 하자. 행복의 압정을 많이 뿌려 놓자.
    • 행복에는 유전적 영향이 크며, 특히 외향성과 높은 관련이 있다.
    • 쾌감이든 고통이든, 이 매력적인 삶의 여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권이다.

     

    참고문헌 : 행복의 기원 (서은국, 북이십일 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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