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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후기] 눈먼 자들의 도시책으로 공부하기 2026. 6. 21. 09:58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문명이 무너졌을 때 드러나는 인간의 얼굴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런 상상을 1995년에 했다고?”라는 놀라움이었다. 단순한 디스토피아 소설이 아니라, 인간 사회가 얼마나 얇은 질서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이 소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실명 전염병’이 퍼지면서 시작된다.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은 순식간에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국가가 통제하는 수용시설에 갇히게 된다. 처음에는 질서가 유지될 것처럼 보이지만, 인원이 늘어나고 통제가 약해지면서 그 안은 급격히 붕괴된다.
읽는 내내 자연스럽게 코로나 시기가 떠올랐다. 전염병이 발생하고, 감염자들이 격리되고, 의료 체계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국가가 점점 더 강한 통제 방식과 대응책을 만들어가던 과정. 물론 코로나는 ‘눈이 멀어지는 것’처럼 즉각적으로 인간의 생존 조건 자체를 바꾸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사회가 위기에 반응하는 방식에는 놀라울 만큼 유사한 결이 있었다.
질서가 사라질 때 드러나는 본능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질서가 사라진 사회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가”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다.
특히 힘을 가진 집단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더욱 급격히 변한다. 총이라는 물리적 힘을 가진 사람들은 음식과 자원을 독점하고, 이를 권력의 도구로 사용한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식량은 통제가 되고, 그 대가로 폭력과 착취가 뒤따른다. 여성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권력 집단의 요구에 의해 거래되듯 희생되는 장면들은 인간 사회의 가장 어두운 단면을 드러낸다.
이 장면들은 단순한 극단적 상상이 아니라, “권력은 언제나 자원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은 결국 은유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실제로도 많은 것을 ‘보지 못한 채’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작은 사회를 지탱하는 마지막 윤리
그럼에도 이 소설이 완전히 절망적으로만 남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인 혼돈 속에서도 ‘보이는 사람’이 끝까지 책임을 지고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모습이 등장한다. 그는 단순히 신체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을 인식하고 책임을 짊어지는 존재로 기능한다.
이 인물의 존재는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사회가 무너질 때,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최소 조건은 무엇인가?”결국 이 소설은 인간의 타락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유지되는 아주 작은 윤리와 책임의 가능성을 함께 보여준다. 완전히 무너진 세계에서도 누군가는 질서를 기억하고, 타인을 돌보려 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상상력 이상의 현실성
『눈먼 자들의 도시』가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완전히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염병, 국가의 통제, 자원 부족, 공포 속에서의 인간 행동은 이미 우리가 경험했던 세계와 맞닿아 있다. 코로나 시기를 떠올리게 만든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사라마구는 단순히 “만약 사람들이 눈이 멀면?”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지만, 그 끝에는 “우리는 과연 얼마나 문명적인 존재인가?”라는 훨씬 더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다.
참고문헌 :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해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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