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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후기] 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나
    책으로 공부하기 2023. 11. 8. 14:31

    은행권 이력서를 쓰려고 하는데 혹여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까~ 하고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고객 관점에서 필요한 변화를 조직 차원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지금 기업들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중은행에 있었을 때, 변화를 만들기 위해 조직이 과거의 문화를 버리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낀 후로 성공한 핀테크 기업은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저는 그 중 은행에 초점을 맞춰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어떤 기술력을 가지고 어떻게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게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드는지 등의 성공 공식과 철학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카카오와 네이버를 언급한 제목이었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읽었지만, 사실은 은행, 증권, 부동산, 보험 등 전체를 총괄하는 핀테크에 대한 세계적인 동향과 활용 사례를 말씀하셔서 누군가에게는 세계 핀테크의 흐름을 파악하기 좋겠지만 저처럼 우리나라의 은행권에 대해 목적을 갖고 읽으셨다면 조금은 아쉬운 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제가 원했던 내용들이 잘 나타나있어서 후회는 없었던 책이었습니다. 

     

    최근 커머스, 통신사 등의 비금융 회사에서도 금융 서비스를 결합하여 자신들의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간편결제 서비스(oo페이), 사이렌 오더 같은 자사 모바일 앱을 통한 주문 서비스,  금융사와 결합한 상품(카드, 통장 등)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금융과 거리가 멀던 기업들조차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내면서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확장하거나 질을 높이며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 모델을 만들며 금융업은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다양하고 더 좋은 서비스들로 고객은 이제 불편하고 복잡한 서비스를 쓸 수 없게 되었고 간편하고 더 나은 혜택을 주는 곳으로 몰리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요즘 주거래은행의 개념도 많이 사라지고  각 은행별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있으면 몰리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핀테크 기업들이 성공을 할 수 있었던 다양한 방식과 새로운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 카카오뱅크는 복잡한 과정 없이 카톡하듯 송금하고, 쉽게 돈 관리를 할 수 있어서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을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보통의 은행들은 급여이체하면 우대금리를 주거나 복잡한 조건을 걸어 수익성을 높이지만 금융상품에 여러 설명을 붙이는 순간 복잡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하여 편리함을 제공하는데 집중을 했고 이를 없앴다고 합니다. 의도와는 다른 버튼을 눌러 앱을 종료한다던지 이런 프로세스들을 찾고 (프로세스 마이닝) '이어서 하기'같은 기능을 통해 고객의 진행 상황을 저장하며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였습니다. 또한 파킹통장(세이프박스) 라고 입출금 통장 안에 계좌를 하나 더 만들어 얼마 정도의 금액을 설정해두면 매일 이자를 더 주는 분리할 수 있는 통장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모든 구성원이 통장의 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모임통장, 짧은 기간 성취감을 느끼며 증액 금액으로 납입하는 26주 적금 등 새롭고 재미난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 토스는 간편송금으로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이체가 가능했을 때, 지문이나 간단한 비밀번호로 이체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이체 수수료를 모두 부담하며 고객을 확보했고 지금의 충성고객을 모았습니다다. 한국의 모바일/인터넷 뱅킹 전체 접속 건 중 92%가 계좌 잔액을 확인하기 위함이고 나머지 8%는 계좌 송금. 토스는 여기에 주목하여 계좌조회와 이체 기능만으로도 잘 제공한다면 은행의 모바일 뱅킹을 켜는 대신 토스를 실행할 수 있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 두 기능에만 집중해서 수많은 고객을 확보했고 그러면서 신용평가 정보 제공, 대출 상품 추천, 차량 시세 확인, 자동차 판매, 자동차 보험 상품 추천, 부동산, 펀드, 해외 주식 등의 서비스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거대한 고객 기반을 갖춘 핀테크 플랫폼 앞에 기존 금융사들은 이들이 쇼윈도에 내놓은 금융 계좌나 금융 상품을 공급하는 납품사로 점점 전락하고 있습니다.(이 문장에 공감과 충격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ㅎㅎ)  

    - 피닉스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상당한 초기 자본이 들고 여러 규제 변화에 대해 시시각각 대응을 해야 합니다. 이런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솔루션을 구독 형태로 제공해 기업이 소비자에게 간단하고 편리하게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합니다. 

    - 라쿠텐은 자신들이 구축한 생태계에서 축적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경쟁력을 높입니다. 통합 아이디를 통해 슈퍼DB를 만들어 중앙 집중식으로 관리하고 여기서 나오는 고객의 결제 정보, 탐색 정보, 금융 정보들을 분석해 고객에게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계열사 간 고객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면서 쇼핑, 금융, 여행, 통신사, 스포츠, 미디어 등 라쿠텐의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머물고 유지할 수 있습니다. 

    - 한국 온라인 쇼핑몰들은 자사 쇼핑몰에서 더 많은 구매가 이뤄지도록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신세계, 쿠팡, 네이버, 옥션 등)

     

    또한 다른 비금융 기업들이 은행에 경쟁이 되는 이유는 '데이터'와 '고객과의 산업 구조'입니다.

    - '결제'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면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접점을 가지고 있다.

    - 다양한 구입, 결제 등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소득이 불규칙한 고객과 중소기업도 신용도를 판단하여 금융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 통신사는 금융사보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더 많은 고객에게 도달할 수 있다. 주요 큰 통신사는 3개이고, 핸드폰이 없는 국민은 많지 않다.(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은 있어도 휴대폰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한 다른 서비스와의 연계 시너지가 좋으며 비즈니스 확장 가능성이 높다. (핸드폰 서비스면 다 됨! 전화번호부, 결제, 음원, 검색, 메신저, 영상 콘텐츠, 클라우드, 교육 등)

    - 은행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돈과 자신들이 대출하거나 운용해서 올린 수익 사이의 차이(예대마진)으로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한다. 이게 은행 혜택의 전부이다. 하지만 비금융 업종은 자신들의 상품을 판매하면서 얻은 마진으로 추가 포인트 적립이나 고정적 혜택, 경품으로 혜택을 주고 계속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들어 유인한다. 

    ▶그래서 은행이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활용가능한 데이터와 이탈시키지 않은 산업 구조를 은행내에서 찾아 서비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핀테크 스타트업은 처음에 충성도 있는 고객 기반도, 마케팅할 비용도 없어서 적은 고객을 대상으로 그들이 충성 고객으로 전환될 수 있을 만한 수준으로 서비스를 충분히 고도화한 뒤 마케팅 투자를 시작한다. 이후 충성 고객이 모이면 수익성 높은 서비스를 하나둘 선보이며 재무 실적을 개선해간다. 가장 빈번한 수익화 방식은 예적금, 대출, 카드, 보험 등 금융 상품 판매를 중개하는 것이다.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더 저렴한 대출, 보험을 추천하여 금융 회사로 부터 판매 중개 수수료나 광고비를 받는다. 또한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로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고도화하는데 활용되고 리스크 분석이나 관리에 대한 역량을 쌓을 수도 있다.

     

    조심해야할 것은 기술이 아닌 "고객 불편"에 집중해야 한다. 어떤 새로운 기술이 주목받을 것 같다고 하면 어김없이 두세달 뒤에 그 기술을 도입했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홍보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의 도전 자체는 존중받아야겠지만, 대체로 이런 서비스는 고객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얼마 뒤 사라진다. 카드 대신 지문 결제나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서비스처럼 기존 시스템에 딱히 불편함이 없는데 바꾸려 하거나 불편이 있어도 오히려 더 복잡한 경우가 많다. '어떤 기술을 이용했는지'가 아닌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 '그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 가 중요한 질문이다. 

     

    또한 '사람을 바꿔야 사업이 변한다'는데 많은 공감을 합니다. 대부분의 금융 회사는 주어진 위험 수준에서 최대의 수익을 얻는 것에 훈련되어 있어 변화에 소극적입니다. 전통 금융기관이 산업의 특성으로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시대가 변할수록 조금씩 바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래된 기업이지만 혁신을 선도하는 금융 회사들은 단순히 기술을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문화를 바꾸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정한 툴을 도입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서비스 화면을 바꾸는 것은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기 때문에 빠르게 변화는 시대에서 더 나은 기술에 의해 다시 뒤쳐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쉽게 뒤쳐지지 않는, 변화를 선도하기 가장 주역이 되는 것은 사람입니다. 이들의 사고방식과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고 디지털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 체계와 인사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외부의 뛰어난 조직과 협력하여 열린 변화를 만들려 합니다. 모든 것을 자체 개발하며 직접 소유하고 다른 기업과는 뚜렷한 이득이 보이지 않는 한 협업하지 않으려는 금융사가 있는데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를 이미 갖고 있는 회사들과 협업하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그들의 자원을 곧바로 빌려 쓸 수 있고 이후 발생하는 여러 변화에도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단기적 손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중장기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투자합니다. 충분히 여러 비즈니스를 시험해보고 실패하면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반면 금융사는 ROI와 같은 투자수익률만 따지는 경향이 있어 장기적 로드맵을 가지고 체계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과거 좋은 자리에 지점을 열고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공하면 고객이 알아서 가입했는데 이제는 사용자 경험과 사용성,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데이터로든 인터뷰, 설문 조사로든 고객이 왜 자산 관리를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우리 서비스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수집하고 이해하며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위해 개선해나가야 합니다. 이제는 '최초'타이틀은 중요하지 않고 '최고'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단순하게 만들어서 화면 하나하나 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 요즘 고객은 하나의 화면에서 많은 것을 하나하나 읽지 않는다. 집중해야 할 것만 눈에 띄게 배치하고 터치할 버튼만 최소한으로 노출해 그들의 행동을 유도해야 한다. 부수적인 조건을 많이 달면 복잡하고 얕은 수를 쓰는 것처럼 보이므로 간명한 말로 전달해야 한다. 또한 이 서비스를 써야하는 차별화된 이유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팬을 위해 잔돈 투자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고 동아리 공용 계좌를 위해 모임 통장을 이용하게 홍보한다. 또한 고객의 잦은 접속을 이끄는 trigger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 내 상태에 무언가 계속적으로 변동이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서비스를 통해 자주 접속하며 관심을 갖게 한다. 또한 딱딱한 조언자가 아닌 편한 찐친 바이브로 다가가는 문구와 이미지, 영상을 활용하여 MZ 세대의 방문을 유도하는 것도 좋다. 

     

    한국의 여러 전통 금융사들은 외부 환경과 경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벤치마킹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핀테크 기업이 성공한 서비스를 내놓은 것과 비슷한 기능이나 화면 구성을 모방한다. (간편 모바일 뱅킹 서비스, 유사한 재무 관리 앱처럼). 개발부터 출시까지 소요되는 속도도 놀랍니다. 하지만 표면만 따라 했을뿐, 해당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기업이 가진 철학이나 어떤 기능을 제공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 구체적으로는 특정한 버튼 하나를 어디에 배치하느냐까지 치열하게 토론해온 조직 문화적 요소까지 모방하지는 못한다. 화면 설계, 서비스 구성은 비슷했을지라도 해당 서비스가 주는 고객 경험에는 결과적으로 상당한 격차가 야기된다. 여전히 성공적인 몇몇 핀테크 서비스가 시장을 압도하는 가운데 다른 서비스들은 답보 상태에 빠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조직 내부적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프로세스, 시스템, 인적 역량 그 어떤 것도 발전하지 못한 채 무작정 경쟁사의 서비스를 복제하면서 시장에 대응하는 방법은 결국 기업에 독이 된다. 선도적인 핀테크 서비스들은 끊임없는 고객 개발과 서비스 탐색 과정이 당연한 조직 문화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를 제외한 절대다수의 전통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과거의 성공 공식에 얽매여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말로만 맴돌 뿐 체계적인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고 있다. 즉, 본질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고객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느끼게 하냐'는 고객 관점과 '이를 구현하기 위해 우리 조직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는 조직 관점의 질문이다. 고객들이 어떤 것을 불편해하고, 어떤 것에 열광하는지 집요하게 파악할 수 있는 역량, 이를 조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실행하고 접목해 성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행동 양식, 그리고 미래방향성에 기여하지 못하는 곳에서는 쓸모없는 노력을 중단하고 필요한 곳에만 힘을 쏟게 하는 과감한 결단력이 요구된다.  

     

    참조 : 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나 (김강원, 미래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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