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4시 38분. 방금 추리소설 『방주』를 다 읽고 너무 충격적이어서 잠도 안 오고, 이 감정을 남겨두고 싶어서 바로 글을 쓴다. (아마 AI가 추천해준 추리소설이었을듯)
제목처럼 이 소설은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게 한다. 그 모티브를 가져온 작품같다. 배 모양의 거대한 지하 건축물에 지진이 일어나 사람들이 갇히게 되고, 그 안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갇힌 사람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해 나간다.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설정은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 사람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출입구를 열기 위해서는 거대한 바위를 내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바위를 내린 사람은 지하에 갇혀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그 역할은 범인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윤리적인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정말 희생되는 사람은 범인이어야 하는 걸까? 바위를 내리는 사람은 누군가를 죽인 사람이 아니라, 결국 남은 사람들을 살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죄인일까, 아니면 모두를 살린 희생자일까. 그렇다면 누가 희생되는 것이 맞는 걸까. 죽었을 때 슬퍼할 사람이 적은 사람이 희생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슬퍼할 사람이 많은 사람이 살아야 하는 걸까? 자식을 둔 부모라면 책임감 때문에 먼저 희생해야 하는 걸까? 이런 질문들을 계속 던지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런 고민들을 할 틈도 없이 결말의 반전이 너무 충격적이다. 정말 오랜만에 "와… 이런 반전이 가능하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범인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의 서사나 성격 묘사가 조금 부족한 편이다. 조금 더 입체적으로 그려졌다면 이야기 자체의 몰입감은 훨씬 높아졌을 것 같다. 또 종교 집단이라는 설정이나 '노아의 방주'라는 소재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으스스한 분위기를 극대화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만약 서사가 더 탄탄했다면, 그만큼 범인이나 반전을 예측할 단서도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 이 정도의 충격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서사를 절제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내 취향도 확실히 알게 됐다. 나는 소설로서의 서사력이 뛰어난 작품도 좋아하지만, 추리소설에서는 신선하고 충격적인 트릭과 반전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인 것 같다. 『홍학의 자리』를 읽고 난 뒤 그만한 충격을 주는 반전 소설을 계속 찾고 있었는데 좀처럼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방주』를 읽으면서 정말 오랜만에 그때의 기분을 다시 느꼈다. 반대로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들은 스토리가 정말 탄탄하고 재밌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끔은 "반전이 뭐였더라?" 하고 기억이 흐려질 때가 있다. 그만큼 이야기는 좋지만, 뒤통수를 맞는 듯한 충격은 상대적으로 덜했던 것 같다.
『방주』는 달랐다. 마지막 장을 덮고도 한동안 멍하니 있었고, 그래서 지금 새벽 5시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 모든 걸 덮을 만큼 충분히 재미있었고, 오랜만에 정말 강렬한 반전을 만난 작품이었다. 또한 나의 추리소설에 대한 취향을 한층 더 알게 된 것 같아 기쁘다.
충격적인 반전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참고문헌 : 방주(유키 하루오, 블루홀식스)
'책으로 공부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후기] 일 잘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반드시 하는 것 (1) 2026.07.17 [책후기] 체질 혁명 (0) 2026.07.06 [책후기] 생각의 도약 (0) 2026.07.05 [책후기] 오늘부터 어깨통증과 이별합니다 (1) 2026.06.21 [책후기] 눈먼 자들의 도시 (0) 2026.06.21